선우에게는 화경이언니(황희숙권찰님 막내딸)에게서 물려받은 낡은(!) 자전거 한대가 있었다. 황권찰님은 낡았다고 조금은 미안해 하며 주셨지만 우리 선우는 너무나 좋아하며 탔고, 계단밑에 세워둔 자전거를 보며 오고 갈때마다 아주많이 뿌듯해 했었다.
그런데 어느날 그 자전거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.
알고보니, 윗집 할머니께서 선우의 낡은 자전거가 고물인줄 알고 고물차가 왔을때 버렸던거다.ㅜㅜ
계단을 오르내릴때마다 자전거를 보며 뿌듯해하던 어린 선우의 마음이 할머니에 대한 야속함으로 바뀌었다.
" 윗집 할머니가 선우 자전거 고물할아버지한테 줬데? 아 왜~~~ㅜㅜ"
우리 선우는 생각날때마다 이렇게 이야기했다.
몇개월이 지난 몇일전 용원이 오빠가 타던 세발 자전거를 또 물려 받았다.
그것도 선우가 좋아하는 둘.리.가 자전거 앞머리에 우.뚝. 서있는 멋진 자전거를.
우리선운 너무너무 좋아하며 용원이오빠 자전거가 선우것이 되던날 더운것도 모르고 밖에서 몇시간을 자전거만 탔다.
난 네임팬을 가져다가 자전거 뒷자리에 흐릿하게 남아있는 김지은이라는 이름위에
'삼성하이츠 202호 남선우'라고 또렷하게 써놓았다.
그리고 선우에게 "선우야. 뭐라고 써있는지 읽어볼래?" 했더니.
우리 선우 거침없이 대답한다.
" 할머니. 자전거 버.리.면.안.돼.요~"
푸하하...
엉뚱하고 당당하게 말한 그 대답이 너무나 우습기도 하고 귀여웠지만, 이 어린아이에 마음에 자전거를 갖고 싶었던 간절함과 윗집할머니에 대한 나름의 원망이 있었구나. 생각하니 선우에게 좀 미안했다. 싼거라두 일찌감치 하나 사줄것을....
(은혜가 되는 이야긴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는 작은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두서없이...)